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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2월 20일 열린 윤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 준비기일 때 양측은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지 재판장은 이때도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섣불리 결정하지 않았다. 양측에 열흘 기한을 다시 주며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2건, 검찰은 1건의 의견서를 써서 냈다고 한다. 지 재판장은 구속취소 신청서와 추가 의견, 검찰의 반박 자료 등을 꼼꼼히 살핀 뒤 3월 7일 '대통령 석방'이 합법적이라고 판단해 장문의 결정문을 냈다.
그러자 검찰지휘부는 발칵 뒤집히며 둘로 쪼개졌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대검 참모회의를 거쳐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대통령 석방 지휘서를 법무부에 보내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특별수사본부는 이에 반발했다. 공수처로부터 7만쪽 수사자료를 건네받아 다 읽지도 못하고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검찰의 주체가 바로 특수본이다. 본인들이 법 적용과 해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기소했음이 법원에 의해 지적됐으므로 어쩌면 반발은 당연할 수 있다. 그래서 즉시항고 제도를 활용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심 총장 지시에 따랐다.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 역시 법 조항과 법리에 따른 당연한 조치다. 윤 대통령을 구속한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내란죄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가 법원 쇼핑을 통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집행 과정에서 야당의 압박과 지침에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불법성이 다분한 수사와 신병 확보를 한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도 없으므로 부랴부랴 검찰에 자료를 넘겼다.
'기소 대행' 기관이 돼버린 검찰은 자체 조사를 더 해야 한다며 법원에 기소 전 구속기간 연장을 두 차례나 신청했지만 기각당했다. 결국 시간에 쫓긴 검찰은 피의자(윤 대통령)를 단 한 번도 조사하지 않은 채 기소했다. 그때 검찰 내부에선 논란이 벌어졌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 수사 결과만으로 구속했다가는 나중에 큰 사달이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까닭이다. 검찰은 심 총장을 포함한 대검 간부, 전국의 고검장과 지검장이 참석한 검사장 회의를 여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회의에서 구속과 불구속 기소 의견이 엇갈리자 참석자들은 심 총장에게 결정권을 일임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구속기소를 압박했고, 결국 심 총장이 그에 따랐다.
그러나 본인의 '구속' 판단이 잘못됐음이 법원의 취소 결정으로 확인된 만큼 석방 지휘를 하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2012년에 구속취소와 취지가 비슷한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반발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한 건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까지 있었다. 정리하면, 지 재판장은 이번에 정무적 판단이 아닌 법률과 법리 해석에만 근거해 대통령 구속취소를 결정했다. 검찰이 즉시 항고를 못 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민주당은 펄쩍 뛰고 있다. 특히 검찰을 겨냥해 또 '내란동조' 딱지를 붙이며 탄핵 겁박을 한다. 특유의 본질 왜곡 시도도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이 초보적 산수를 잘못했다고 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위헌적인 군사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파괴했다는 명백한 사실이 없어지진 않는다. 헌법재판소 판단에는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초보적 산수 잘못'은 꼬리로 몸통을 흔들어보려는 의도된 발언이다. 법원이 구속취소 결정문에서 검찰이 기소 전 구속기간을 지키지 않았음을 석방의 한 이유로 꼽았는데 그 대목만 끄집어내 부각시켰다. 윤 대통령 측 주장대로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하지 않고 일(日) 단위로 산출한 검찰의 사소한 잘못으로 구속취소 결정이 나왔을 뿐이란 억지 해석이다.
그러나 결정문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그다음 문장을 보자. 법원은 "설사 구속 기한이 지나지 않았더라도…"라며 석방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추가 설명했다. 검찰이 시간 단위로 계산해서 9시간 전에 기소했더라도 다른 절차적 결함으로 구속취소가 인용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결정문은 "윤 대통령 측이 문제 삼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 등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나 판례가 없으므로 대통령을 석방한 상태에서 재판하는 것이 옳다"고 적시했다.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지 않은 채 논란을 그대로 두고 재판하면 향후 파기, 재심 사유가 발생할 수 있음도 우려했다.
윤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의 '초보적 산수 실수'보다 수사를 했던 공수처의 '절차적 정당성 위반'을 더 심각하게 본 셈이다. 이 대표가 주장한 바처럼 탄핵 찬성 세력은 대통령 구속취소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헌재의 선고와는 별개라고 애써 선을 긋는다.
그렇지 않다. 법원은 공수처 수사과정의 적법성, 즉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의 여지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 결과로 윤 대통령을 석방했다. 그런데 헌재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은 더 복잡하고 심각하다. 편파성이 도마 위에 올라 있고, 누군가에 쫓기듯 심리를 마치려고 한다.
이 상태론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국민 다수의 공감을 받지 못한다.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도가 온 국민에 각인됐다. 헌법재판관들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문을 잘 읽어보면 탄핵 각하 선고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