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中企수요·네트워크 기회 多
폴란드 법인 설립 후 동유럽 진출
한국물 최대 7억 호주달러 발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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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국내 은행 최초로 폴란드 법인 설립 인가를 취득하며, 유럽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안에 폴란드 법인을 출범시키는 가운데, 향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로의 추가 확장을 추진 중이다.
기업은행이 유럽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정책금융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 수요가 크고,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강화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폴란드 법인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유럽 시장 확대 전략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유럽 내 공급망 재편과 제조업 투자 증가로 중소기업 금융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지역은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금융 지원이 필수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러한 흐름을 적극 활용해 유럽 시장에서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고,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의 해외법인 실적은 지난해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해외법인 3곳(점포 49개)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555억원으로, 전년 대비 0.4%(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가별 실적을 살펴보면 인도네시아 법인은 1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5.38% 증가했고, 미얀마 법인은 48억원으로 200% 성장했다. 반면 중국 법인은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대출 부진 영향으로 14.17% 감소한 3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 시장에 적극 진출해 흑자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해외법인의 순이익 비중은 전체의 2.1% 수준에 불과해 글로벌 수익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법인 확대,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강화, 해외 조달 능력 확대 등을 통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이원화된 글로벌 금융벨트 확장 전략을 차질 없이 이행해 성과 창출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존 신남방 지역(인도네시아·미얀마 등) 중심의 성장 전략을 넘어, 유럽 시장까지 아우르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신흥국에서는 성장성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다지고, 선진국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 조달 역량을 높여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달 6일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코메르츠방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코메르츠방크는 독일 내 중소기업 금융에 강점을 가진 은행으로, 기업은행은 이번 협약을 통해 유럽 내 중소기업 금융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도 성공적인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투자자들이 기업은행에 신뢰를 보인다는 점에서 유럽 공략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기업은행은 7억 호주달러(약 4억5000만 미화달러) 규모의 캥거루채권(호주달러 채권)을 발행하며, 한국물(Korean Paper) 사상 최대 규모의 캥거루본드 기록을 세웠다. 이번 채권의 최종 주문 규모는 41억 호주달러로, 목표액 대비 10배 이상의 투자수요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