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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승계 오디세이] ‘AI 시대’ 곽동신의 혜안… 父 반도체장비 성공신화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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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5. 03. 09. 17:03

한미반도체<上>
창업주 故 곽노권의 막내 외아들
33.81% 최대주주, 굳건한 지배력
선제 투자로 작년 영업익 600% ↑
AI 시대 '절대지존'은 엔비디아다. 전 세계 AI 반도체를 독점 중이다. AI 수혜주의 범위를 반도체 장비로 좁힌다면 빠지지 않는 기업이 있다. 토종 장비기업 한미반도체다. 올해로 45년 된 이 회사는 사상 최대 호황기를 구가 중이다. 작년 영업이익 증가율만 600%가 넘는다. AI 반도체 제조 핵심장비인 TC본더를 주요 반도체 기업에 사실상 이 회사가 독점 공급한다. 창업주는 고(故) 곽노권 회장이다. 곽노권 창업회장의 뒤를 이은 아들 곽동신 회장은 한미반도체를 최고 전성기로 이끌고 있다. 2대에 걸친 한미반도체의 성공신화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창업주 잇는 곽동신의 '청출어람'

한미반도체 창업주 고 곽노권 회장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반도체란 개념도 잘 몰랐던 1960년대 모토로라코리아에서 14년간 일하면서 순수 토종 반도체 장비회사 창업을 꿈꿨다. 그 꿈을 이룬 게 1980년이다. 이후 비전플레이스먼트라는 장비를 개발, 세계 1위에 올려놓는 등 한미반도체의 기반을 다졌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은 건 아들 곽동신 회장이다. 1974년생인 곽 회장은 창업주의 1남 4녀 중 막내이자 외아들이다. 곽 회장은 일찌감치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1998년 24세 나이로 한미반도체에 입사해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2007년 아버지와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경영전면에 나섰다. 창업회장에서 아들로의 승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아버지 곽노권 창업회장은 일찌감치 아들을 후계자로 낙점했다. 경영전면에 나서기 전인 2005년 곽동신 회장의 지분율은 2.59%에 불과했다. 이후 그는 2007년 공동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아버지로부터 증여를 받아 지분율을 12.6%까지 높였고, 2008년에 다시 지분율을 27%로 늘렸다. 그리고 2010년 아버지가 경영 2선으로 물러나면서 곽동신 회장은 단독 대표이사로 올라섰고, 한미반도체의 경영을 본격적으로 진두지휘했다.

현재 곽 회장의 장악력은 확고하다. 지분율 33.81%로 최대주주다. 네 명의 누나가 일부 지분을 보유 중이지만 곽 회장에 견줄 정도는 아니다. 현재 한미반도체 이사회도 곽 회장을 포함한 3명(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1명)으로 단출해 굳건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18년째 대표…경영능력 입증하다

곽동신 회장의 한미반도체 재직기간은 올해로 27년째. 대표이사를 맡은 건 18년째다. 이 기간 한미반도체의 성장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반도체 업계에서 '청출어람 승계'의 대명사로 꼽힐 정도다. 실적부터 일취월장했다. 아버지와 공동 대표를 맡았던 2009년 한미반도체 매출은 751억원, 영업이익은 80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5589억원, 영업이익은 2554억원이다. 곽동신 체제 출범 이후 매출은 7.5배, 영업이익은 32배 급증했다. 올해와 내년 매출 목표는 각각 1조2000억원, 2조원이다.

곽동신의 '청출어람'은 시장 변화를 내다본 선행투자에 있다. 선대 회장 시절부터 주력 제품인 비전플레이스먼트 분야에서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이어갔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마이크로쏘, 듀얼 TC본더 등 성장동력 개발에 힘썼다. R&D 투자를 보면 이러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전체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2%에서 2023년 11.5%로 늘었다. 지난해 300억원이 투입된 7번째 공장도 연내 가동을 앞두고 있다.

곽 회장은 '투자의 귀재'로도 불린다. 2021년 반도체 장비 기업 HPSP에 한미반도체와 각각 375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는데, 이듬해 HPSP가 코스닥에 상장하며 4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뒀다. 이렇게 마련한 차익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2023년부터 곽 회장이 개인적으로 매입한 자사주 약 400억원 규모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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