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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해외 원조 삭감, 전 세계 질병 발생 위험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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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3. 09. 10:18

阿실험실에서 감시 인력 없어 위험한 병원균 방치…공항·국경서 감염병 검사 중단
NYT "해외 원조 삭감은 개별 국가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공중보건 위기와 직결"
USA-TRUMP/AID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이 지난 2월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청사 폐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해외 원조 삭감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미국이 지원하던 국제 보건 기구들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위험한 병원균 관리가 약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질병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미국에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에 따르면 아프리카 실험실에서 위험한 병원균이 방치되고 있고, 공항과 국경에서 천연두, 에볼라 바이러스 및 기타 감염병 검사가 중단됐다. 또한 수백만 마리의 동물이 검역 없이 국경을 넘고 있다.

과학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해외 원조 중단이 전 세계 질병 예방 및 대응 프로그램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는 물론 미국 내 감염병 확산 위험도 커지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곧 전 세계로 확산됐으며,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소아마비나 뎅기열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경우 대부분 해외여행과 연관되어 있다.

전·현직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관계자, 보건 단체 관계자, 감염병 전문가 등 30여 명은 최근 미국의 해외 원조 중단으로 인해 세계가 이전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태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해외 원조 중단 조치는 특히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는 시기에 시행돼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는 사상 최악의 천연두가 유행하며, 아프리카 12개국에서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산 중이며, 우간다의 에볼라, 탄자니아의 마버그, 나이지리아와 시에라리온의 라싸열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

2023년 USAID는 30개국 이상에서 실험실 및 긴급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약 9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해외 원조 중단으로 이 프로그램들은 전면 중단됐고, 심지어 이미 완료된 프로젝트에 대한 대금 지급조차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USAID 직원 대부분이 예고 없이 해고되거나 행정 휴직에 들어갔다. 특히, 감염병 대응을 담당하던 50명 이상의 전문가 중 현재 남아 있는 인력은 6명에 불과하다. 해고된 인원 중에는 실험실 진단 최고 전문가와 에볼라 대응 총괄 책임자도 포함돼 있다.

해외 원조는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감염병을 예방·감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미국이 탈퇴하면서 보건 관련 예산이 감축되었고, 다른 기구나 국가들이 이 공백을 메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감염병 대응에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초기 감염 확인, 실험실 검사, 검사 키트 공급, 샘플 운송, 실험실 운영, 전기 및 화학 시약 공급, 진단 및 분석 전문가 확보 등 여러 단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USAID는 이런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이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전문가들은 WHO 및 현지 보건 당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조차 금지됐다. 실험실 물품, 발전기 연료, 감염자 추적 요원의 통신비 지원 등도 모두 중단됐다.

아프리카의 많은 실험실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병원균 샘플이 보관되어 있으며, 일부는 생물학적 무기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NYT는 감시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이런 병원균이 도난당할 위험이 커졌으며, 생물학적 테러 공격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 정부 지원을 통해 실험실 직원들이 병원균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폐기하는 훈련을 받아왔지만, 현재는 병원균이 실험실 안팎으로 이동해도 이를 감시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러한 공백을 기회로 삼아 아프리카에 실험실을 설립하며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중국은 연구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이동식 실험실을 우간다에 제공했다.

소말리아처럼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는 이미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매년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중동으로 수출하는 소말리아는 원조가 끊기면서 질병 감시가 허술해져 감염병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NYT는 미국의 해외 원조 삭감은 단순히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 위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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