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윤식·함연지, 신뢰 쌓고 지분 늘려
"시너지 창출땐 더 강력한 그룹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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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 승계엔 '특권'이 없다
국내 중견그룹에서 오너 일가의 자녀는 입사 후 평균 3년 8개월 만에 임원을 단다. CEO스코어 분석 결과다. 오너 일가이기에 가능한 '특권'이다.
하지만 오뚜기엔 이런 '특권'이 없다. 경영을 물려받기 위해선 오랜 기간 회사의 모든 것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랜 '경영수업'을 받는다.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도 그랬다. 선친의 회사에서 10년간 경영수업을 받다가, 독립해 오뚜기를 창업했다. 2세 함영준 회장도 마찬가지다. 1959년생인 함 회장은 대학원을 마치고 25세 때인 1984년 오뚜기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15년간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가 전면에 나선 건 1999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다.
함 회장에게는 두 자녀가 있다. 함윤식씨(34)와 함연지씨(33)다. 두 사람은 현재 오뚜기에 근무 중이다. 장남 함윤식씨는 1991년생으로 2021년 오뚜기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현재 경영관리부문 차장이다. 오너가 3세임에도 함윤식씨는 외부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함 회장의 딸인 함연지씨는 1992년생으로, 2014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활동하는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2024년 배우 활동을 중단하고 오뚜기 미국법인 '오뚜기 아메리카'에 정식 입사해 매니저로 재직 중이다. 글로벌 매출 확대에 주력 중인 오뚜기의 미국법인에서 마케팅을 맡고 있다. 이들 3세에 대한 사내 평가는 긍정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비교적 낮은 직급에서 출발해 조직 내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며 "경쟁기업들의 3세 경영인들이 초고속으로 승진해 임원으로 활동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라고 귀띔했다.
◇3세 승계는 아직, 지분확보가 우선
함윤식·함연지 두 3세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아직 경영승계에 대한 얘기는 없다. 함영준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 데다, 두 사람의 나이도 아직 어려서다. 업계에선 최소 10년 이상 경영수업을 거친 뒤에야 승계 얘기가 나올 것으로 본다. 당분간은 여러 보직을 맡아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오히려 승계 시점보다는 지분 확보에 더 관심이 쏠린다. 오뚜기는 지주회사 체제다. 사업지주인 오뚜기 지분 확보가 곧 경영권 승계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 3세들의 지분은 미미하다. 함윤식씨의 오뚜기 지분은 2.79%, 함연지씨의 지분은 1.07%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함영준 회장은 과거 오뚜기 입사 후 경영수업을 받는 동안 차근차근 오뚜기 지분을 늘렸었다. 그가 경영전면에 나선 2000년 함 회장의 지분은 15.76%로 아버지 함태호 명예회장 지분(17.5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그리고 2016년 함태호 명예회장 별세 이후 선친 지분을 증여받아 오뚜기 경영권을 확보했다. 함윤식·함연지씨도 이와 같은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장자 상속'의 원칙이 이어질 경우 함윤식씨의 지분 확보가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함영준 회장이 자녀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리더십을 유지해 온 만큼 3세들도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며 "함윤식과 함연지 남매가 협력해 국내외에서 시너지를 창출한다면, 오뚜기는 더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