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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통합하던 미국, 트럼프 시대 맞아 이제는 유럽을 분열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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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2. 17. 09:56

WP 보도…우크라전 종전 협상 논의서 '유럽 패싱' 가능성 커
유럽 극우 세력 지지…마크롱 등 유럽 정상 긴급 회동 대책 논의
Germany Munich Security Conference
JD 밴스 미국 부통령(맨 오른쪽)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갖고 있다./AP 연합통신
"유럽을 통합하던 미국, 트럼프 시대 맞아 이제는 유럽을 분열시키고 있다."

러시아가 3년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은 유럽이 단결된 대응을 하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추진하면서, 미국은 오히려 유럽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유럽 무대에 처음 등장하면서 극우 지도자들과 손을 잡았다. 이날 밴스 부통령은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와 회동하며 유럽 극우세력을 지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AfD의 일부 지도자는 나치 시대의 구호를 사용하고,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과 90분간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 및 유럽 지도자들과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 등 나토 확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WP는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4년 집권을 경험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며 취임 후 단 4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지도자들의 태도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제프리 라스키 미국-독일 연구소장은 "유럽인들은 현재의 상황을 불안과 좌절, 심지어는 경악 속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된 유럽은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서 주요국 정상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영국과 독일·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 정상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초청받았다.

한국계 앤디 김(민주당, 뉴저지) 상원의원은 "미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안정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오히려 불안정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동맹국들조차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뮌헨에서 미국과의 협상이 의미가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외 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관련 논의를 담당하던 키스 켈로그 특사가 갑자기 협상에서 배제되고,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가 러시아와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물로 부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예산을 삭감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기반 시설을 유지하는데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WP는 전했다. 한 우크라이나 에너지 관계자는 "USAID가 발전소 및 전력망 유지에 필요한 부품 조달을 중단하면서, 내년 겨울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더 긴 시간 동안 추위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크 워너(민주당, 버지니아) 상원의원은 "동맹이란 기본적으로 신뢰와 공동의 가치에 기반해야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관계를 거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 협력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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