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미군 철수 제안 부활할 수도" 전망
"미국, 동맹국과 관계 재설정 '거래 외교' 예고"
IRA·칩스법 변경시 '투자 한국기업'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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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전임 행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를 벗어나 자국 중심의 안보 질서를 새로 짤 가능성이 크다. 줄곧 한국을 부유한 나라로 지칭하면서 동맹국을 지켜주기 위한 미국의 국방비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지속 제기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서둘러 방위비 협상을 마무리하고 국회 비준 절차를 밟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과 관련해 연간 100억달러를 지속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더그 반도우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정책 목표가 훼손되면 미군 철수 제안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방위비 재협상 요구에 대한 철저한 외교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철저한 계산서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의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가 지렛대로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조선업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또 미국의 주요 방산 수출국인 한국의 미국 방산산업 기여도를 크게 부각시켜 방위비 증액 요구 명분을 덜어내야 한다는 전략도 제시된다.
중국의 대국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한·미 동맹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최근 미국의 동맹국들과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선 것도 전략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승희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미국의 중국, 일본, 한국에 대한 정책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며 "중국 시진핑 정권이 최근 미국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접근도 나타나고 있어, 일본은 물론 한국도 불확실성 속 국내외 정세를 고려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미국의 동맹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통한 거래 외교가 예고되고 있으며, 중국의 미국 동맹국으로의 접근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한·미·일과 한·일·중 관계를 조율하면서 한·미·중 관계를 고려하는 등 다각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외교적 환경의 변화에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패싱'이 실행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대북 접근이 급진전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의 대북 관련 의제 설정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사전 협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IRA·칩스법 바뀌면 '대미투자 한국 기업' 타격 불가피
트럼프 당선인은 IRA(인플레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에는 25%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공산이 크다.
미국 내 산업 정책에서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취임 첫날 폐기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IRA상의 전기차 세액 공제 제도를 겨냥한 적극적인 트럼프식 경제 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 정부는 전기차 의무화 정책이 없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칩스법)을 폐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회사가 미국에 제조 공장을 설립하도록 보조금을 제공하는 내용의 칩스법은 선거 기간 마지막 달까지 쟁점 사안으로 다뤄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유세 중 칩스법과 보조금을 비판한 바 있지만 기류가 바뀐 분위기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공화당이 이 법을 폐지하기 위해 "아마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존슨 의장은 나중에 이 성명을 철회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투자에 대한 지원도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제조업 유치 전략과 마찬가지로 해외 생산에 대해 관세를 매기면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만약 전기차 및 반도체 지원 등의 정책이 바뀔 경우 현대차·기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바이든 정부에서 막대한 대미 투자를 한 한국 기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