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측면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5선의 권영세·나경원·김기현 의원, 원외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비교적 무난한 인사로 평가된다. 혼란을 효율적으로 수습하기 위해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는 방안도 나오는데 '셀프 인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6선의 주호영 의원도 거론되지만, 겸직 금지로 여당 몫 국회부의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국민의힘은 16일 의원총회를 통해 비대위원장 선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데 이어 18일 의총을 다시 열어 구체적인 인선을 논의할 계획이다. 의총에 앞서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들은 별도 회동을 하고 '당내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박대출 의원은 "비대비원장은 당의 안정과 화합, 쇄신 세 가지를 잘 이끌 경험 많은 당내인사가 적격"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친한계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소수의 의견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친윤계가 여전히 다수일 뿐만 아니라 한동훈 대표가 쫓기 듯 물러난 뒤 곧바로 친한계가 당 전면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배신자 축출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쥐새끼' '민주당 부역자'라는 격한 표현까지 동원하며 탄핵 찬성파를 당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좀 더 멀리 봐야 한다. 거야(巨野)는 지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입법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은 국정을 올바로 이끌 책임이 있는 여당으로서는 이런 더불어민주당이란 세력에 맞서 싸우면서 국정을 올바로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내부총질로 당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새로 임명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어깨는 무겁다. 우선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중도보수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실히 세우면서, 동시에 내부분열 위기에 몰린 당을 잘 추슬러야 한다. 그런 다음,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야당의 폭주를 막으면서 탄핵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 그런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은 시간에 쫓기지 말고 최선의 비대위원장을 찾고 선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