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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정의 컬처 &] ‘워라밸’ 시대, 중소기업의 생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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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7. 21. 18:00

워라밸
최근 필자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바로 회사의 인력 구조에 대한 고민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XR(확장현실, Extended Reality)과 실감콘텐츠를 다루는 30여 명 규모의 작은 중소기업이다. 2015년 1인 기업으로 창업하여 영상과 개발 외주로 시작한 회사는, 매년 안정적인 이익을 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렇다 할 자본도 기술도 없이 시작한 회사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그동안 같은 비전을 바라보며, 밤낮 없이 열정적으로 일해 준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우리 회사는 영상제작이나 개발 용역으로 이익을 내며, 그 이익으로 자체 콘텐츠와 기술을 개발해 우리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회사의 이익률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이 체감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인건비의 증가와 근로시간의 단축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빠른 성공을 위해, 가족을 위해, 혹은 자신의 성취를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직원들이 꽤 많이 있었고, 회사의 성장을 함께 즐거워하며 주말이나 휴일까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워라밸 문화가 당연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워라밸 문화의 정착으로 많은 직장인들의 삶의 질이 올라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성장궤도에 있는 인력 중심의 중소기업들에게는 성장의 동력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독보적인 기술력이나 자본력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몇몇 중소기업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전환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구조조정이나 회사의 기술의 혁신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15일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가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하면서 연간 1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매출은 줄고 비용지출은 늘어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중소기업이 59%에 달한다고 한다. 다행히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의 비용구조로는 매출이 늘어나더라도 회사의 이익이 줄어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정규직 인원을 최소화하고, AI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부담 없는 외주를 활용하는 것이다. 인터넷과 기술 AI의 발달로 언어의 장벽이 사라져가는 지금 값비싼 국내 인력보다 저렴한 해외 인력을 활용하거나 해외 업체로의 외주를 검토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 4일제와 6일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급여가 오르더라도 업무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며, 심지어 급여가 줄어들더라도 주 4일제를 원한다는 대답이 20%를 넘었다. 돈의 가치보다 개인 삶의 질을 중시하고 회사에 다니더라도 회사의 성장보다 개인의 성장이 중시되는 사회의 변화 속에서, 구조조정과 해외 인력 활용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주 개발을 늘리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계약을 맺는 외주 개발사도 인도, 베트남, 태국에서 몽골까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점점 높아지는 인건비와 회사의 규모와 업종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 임금제, 천편일률적인 근무 시간 상한제 등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달콤한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머지않아 더 많은 실직자와 취업난을 야기하지 않을까?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효율성과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정책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지금의 워라밸 문화와 노동 관련 제도는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기업에 동일한 혜택을 주지는 않으며,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생존과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혁신과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기업과 정부, 근로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시인·아이랩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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