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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딸’ 등장과 정치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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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6. 10. 16:10

박재형
박재형(재미 정치학자)
한국의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를 남기고 마감했다. 수많은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후 재판이 진행 중인 대표가 이끄는 정당이 대승을 거뒀다. 심지어 파렴치한 입시 부정으로 이미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고 확정판결만을 남겨놓은 인물이 급조한 비례 정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정당의 정책과 후보자 면면보다 자신이 속한 진영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보여준다.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은 미국도 다를 바 없다. 미국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견해가 명확하게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가 40년 가까이 계속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987년에는 미국인의 25%만이 "큰 차이가 있다"고 답했고, 45%는 "어느 정도 있다", 25%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2023년 조사에서는 과반수인 54%가 "많은" 차이가 있다고 답했으며, 35%는 "상당한" 차이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거의 차이가 없다"는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공화당은 더 보수적이고 민주당은 더 진보적이라는 이념적 구분이 뚜렷해지면서 미국인들은 각 정당의 입장을 더 잘 인식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구분이 더 뚜렷해지면서 이제는 같은 정당 내에서도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며 정치적 양극화, 극단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당의 지지자들까지 온건파와 강경파로 분열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는 최근 한국 정치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2020년 미국 대선은 선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양분된 선거였다. 개표 과정에서의 여러 논란으로 당선자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선거 결과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미국 국민에게 통합을 호소했지만,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며 국민 사이에 골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각 후보와 이들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은 선거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것과 정반대로 이를 최대한 이용하기에 주력하고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 두 유력 후보가 현재 취하고 있는 전략은 지지층 결집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1972년부터 최근까지 시카고대학교가 수집한 GSS(General Social Survey) 데이터를 이용해 의견들 사이 네트워크를 분석한 대니얼 델라포스타의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외면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많은 정치적 문제가 이념적으로 점점 더 상호 연관성이 강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낙태권에 대해 의견이 다르면서도 총기 규제나 세율에 대한 의견은 일치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관련 없는 문제들에 대한 합의 여부가 각자의 이념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는 예전 같으면 좌파와 우파 집단 사이에서도 합의를 이룰 수 있었던 문제들이 이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즉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 타협과 합의의 여지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치적 양극화 연구에서는 미국인 전체에 그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인구 전체에 걸쳐 양극화가 나타난다는 점을 우려한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 정치의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여기서 우려하는 정치적 후퇴의 핵심은 소수 극단주의자에 의해 정치적 양극화가 계속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극단화 경향은 사회 구성원 사이를 더욱 갈라지게 하고 골을 깊게 만들어 결국 사회 전반을 병들게 한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제 정치가 자리 잡은 미국, 외관상 다당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양당 구도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한국, 두 나라 모두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선거전이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지지자 사이의 정치적 입장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지고, 중도적인 입장은 묻혀버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다.

그렇다면 정치적 양극화와 극단화가 이처럼 갈수록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극단주의적 강성 집단의 목소리가 언제부터인가 주류로 자리 잡은 배경은 무엇일까? 문제의 핵심에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있다. 즉 과학기술의 발달, 기술 이용의 확산이 민주주의 정치를 후퇴시키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이어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요 과제는 디지털 및 다자간 통신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기존 미디어가 지배하던 전통적인 통신 지형을 변혁하는 것이다. 대안적이고 다자적이며 대부분 무료인 정보와 뉴스 콘텐츠의 공급이 늘면서 정치 토론이 풍부해졌고 시민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는 부패를 폭로하고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한 도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플랫폼들은 정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하고 이용자들 사이에서 한쪽 의견이 알고리즘에 의해 강화되는 특성을 보인다. 이에 따라 조작된 허위 정보와 선전이 확산하며 사회를 양극화하고 대중의 신뢰를 훼손하는 디지털 필터 버블 또는 에코 체임버가 생성된다.

현재의 소셜미디어는 민주주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양극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광고와 허위 정보가 소셜미디어 행동을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존 견해에 따라 개인을 맞춤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견해와 반대 의견에 대한 적대감을 동시에 강화하며, 반대 의견을 접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는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인 소위 '개딸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적 양극화와 극단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소수에 불과했던 극단주의적 강성 집단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언제부터인가 주류로 자리 잡게 된 책임은 무엇보다 정치인들에게 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책임은 그 정치인을 선택한 유권자들에게 있다. 이번 총선에서 한국의 유권자들은 국익보다 자신의 의원직에만 연연하는 의원을 주로 뽑았다. 그리고 앞으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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