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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범죄’된 보이스피싱… 신한금융, 예방부터 지원까지 팔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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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승인 : 2024. 03. 11. 18:30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4년간 5만여명, 7450억 피해 발생
진옥동 회장, '소비자 보호'의지에 전계열사 나서
취약계층 생활비 최대 300만원 지원
은행권 최초 '보이스피싱 예방' 공익성 광고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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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름. 신한은행 인천 영업점에 방문한 A씨는 '조카에게 이사비용을 주겠다'며 현금으로 1200만원 인출을 요청했다. 당시 영업점 직원은 A씨에게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며 최근의 사기 수법을 안내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A씨의 휴대폰을 확인한 후 '정상 거래'라고 판단하자, A씨는 화를 내며 은행 밖으로 나간 상황. 하지만 그동안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봐왔던 은행 직원은 영업점 밖에서 누군가와 통화중인 A씨를 설득해 결국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준다'는 사기범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사기범이 보낸 악성앱을 설치하고 신용정보까지 넘어갔지만, 은행 직원 도움으로 금전적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신한은행 고객 B씨의 계좌에 신협 계좌로부터 1000만원이 입금됐다. 해당 금액은 KB국민은행→카카오뱅크→신협을 거쳐 들어온 보이스피싱 피해액이었다. B씨는 1000만원을 해외 송금서비스인 '머니그램'을 통해 베트남으로 이체한 후에야,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신고했다. 이에 신한은행의 외환사업부와 소비자보호부가 협력해 머니그램 한국 아시아지부에 보이스피싱 피해액 반환을 요청했다. 다행히 사기범이 현지에서 돈을 찾기 전, 머니그램의 협조를 받아 피해액을 돌려받았다.

신한금융그룹이 보이스피싱 예방에 나서며 피해자 구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한데 이어 보이스피싱 예방 및 홍보를 실시 중이다. '국민범죄'로 떠오른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서다. 지난해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관련 부서를 신설한데 이어 은행권 최초로 공익성을 목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를 만들면서 상생금융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한금융이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게 된 데에는 정부와 은행권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음에도 피해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수는 1만 1503명으로 피해액만 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안당할거야'라고 생각하고 방심한 사이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가족으로, 친구로, 검찰로 변신해 접근해온다. 피해자 중에는 일반 고객 뿐 아니라 변호사나 판사 등 다양한 전문직도 포함돼있다. 그만큼 교묘한 수법과 확보한 개인 정보를 빌미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자수는 5만 5797명으로, 피해금액은 7451억원에 달한다. 이중 피해자가 돌려받은 금액은 2775억원(37.2%)에 불과하다.

범죄 수법과 피해자 연령층은 다양하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의 저금리 대환대출에 속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 수법에 당하는 고객들 대부분은 형편이 어려운 경우다. 사기범들도 이 점을 악용한다. 기존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납부하면, 즉시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며 돈을 송금하게 하는 방식이다. 보이스피싱을 당해 신고를 하더라도 피해금액을 돌려받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린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없는 취약계층은 생활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에 신한금융은 생활비 지원사업을 통해 이같은 취약계층을 돕고 있다. 지난해 5월, 신한금융이 금융감독원과 사랑의열매와 함께 '보이스피싱 피해자 지원 및 예방사업을 위한 업무협력'을 체결하면서 마련한 사업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3년간 300억원을 지원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생활비 지원과 심리 및 법률 상담, 대국민 홍보 및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비 지원은 약 6000명에게 최대 300만원까지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당장 생활 여력이 없는 취약계층들 100명이 수혜를 입었다. 실제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치매 걸린 노모를 부양하던 C씨는, 저금리 대환대출 사기 수법에 당해 5000만원을 잃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C씨는 우연히 신문 기사에 나온 신한은행의 생활비 지원 사업을 신청해 300만원을 받게 됐다. C씨는 이를 통해 "그래도 살아갈 희망이 생겼다"면서 "보이스피싱 피해로 삶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한금융이 전사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사업에 나서게 된 데에는 진 회장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 회장은 취임 후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부문을 신설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은행권 최초로 상품 홍보가 아닌 공익성을 위해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를 진행한 바 있다. 보이스피싱 실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지하철 등 광고를 게재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보이스피싱의 수법을 알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특히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대상으로 심리와 법률 상담에도 나선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다. 이에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에도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며 사회적 분위기를 유도하고, 연내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

은행 창구에서 온전히 사명감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아왔던 직원들에게 보상제도를 실시 중에 있다. 시중은행 중 최초다. 실제 신한은행 직원인 김도환(가명)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잡았다면, 사기범들은 해당 직원에 대한 신상털기 등으로 협박에 나서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매일 여러 은행들을 돌면서 어떤 은행이 취약한지 파악하고 이를 공유해 시나리오도 짠다고 한다. 이에 신한은행은 사기 진작과 소비자보호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취지로 보이스피싱을 예방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BTS(Brave Thankful Shinhan·용감하고 고마운 신한인)상을 시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신한은행의 소비자보호부내 보이스피싱 관련 보니터링 전담팀은 16명으로 은행권 중 최대 수준이다. 밤이나 주말에도 각 3명씩 모니터링을 하면서 의심거래를 찾아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최승훈 신한은행 소비자보호부 부장은 "최근에는 비대면으로 신규 개통이 가능한 알뜰폰으로 보이스피싱 수법이 늘고 있다"면서 "통신사들도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스미싱 문자 제한 등의 방법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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