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이어 동부서도 되풀이 러 침략군의 실패 5가지 패턴

NYT "러 침략군, 우크라 동부서도 이전 실수 되풀이"
푸틴 임명 야전사령관, 최근 2주 모습 보이지 않아
러 제공권 장악·기갑부대 진격 실패·현장 권한 부사관 부재
과도한 푸틴의 전투 관여 "재앙의 원인"

우크라이나 가족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포크롭스크역에서 피난 열차에 탑승해 있다./사진=AP=연합뉴스

3개월이 넘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러시아 침략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투에서도 이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미국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보고 있는 것으로 31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러 침략군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북부·동부·남부에서 전쟁을 시작했지만 수도인 북부 키이우에 이어 5월 13일 제2 도시 북동부 하르키우에서도 퇴각했다. 이는 △총괄 야전사령관 부재 △ 현장 권한 부사관 지휘 체계 부재 △제공권 장악 실패 △기갑부대 진입 실패 등의 문제였는데 이 문제가 침략 전쟁 목표를 돈바스로 축소했음에도 반복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전했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작전에 과도하게 관여하면서 실패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3월 17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2015년 민간인을 포함한 시리아 반군 초토화 작전을 지휘한 남부군관구 사령관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장군에 대해 ‘러시아 연방의 영웅’ 칭호 수여식을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푸틴 임명 우크라 침략 전쟁 야전사령관, 최근 2주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제공권 장악 여전히 실패

푸틴은 4월 초 러 침략군이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퇴각한 후 2015년 민간인을 포함한 시리아 반군 초토화 작전을 지휘했던 남부군관구 사령관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장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총지휘할 야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이후 드보르니코프는 분리된 공중과 지상 부대의 공격을 조정하려고 시도했지만 러시아 조종사들은 국경을 넘어 공격한 다음 우크라이나군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공에 머물지 않고 신속하게 러시아 영토로 복귀하는 위험 회피 행동을 하고 있다.

이는 전쟁 초기에 나타났던 모습으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스팅어 등에 의한 격추를 피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 때문에 제공권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드보르니코프는 최근 2주 동안 모습조차 보이지 않아 일부 미국 관리들은 그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책임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들의 모습으로 23일(현지시간) 찍은 것./사진=AP=연합뉴스

◇ 러 집중 포격 후 장악 우크라 지역, 기갑부대 진격 실패로 퇴각...하르키우 실패, 동부서도 재현 가능성

러 침략군은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주(州)의 세베로도네츠크 장악을 위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고, 인근 일부 마을을 장악하는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장악 후에 이를 계속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러 침략군은 개전부터 하르키우를 포위해 6주 동안 포격을 퍼부어 장악했지만 약 한달 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퇴각했다. 이는 장악한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기갑부대의 진격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 상황이 돈바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주민들이 4월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지역을 지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전쟁 장기화 속 러 보급로 차단 가능성...키이우 인근 러 침략군 행렬, 우크라군 재블린 공격에 수천명 사상...동부 재현 가능성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도 러 침략군에 악재다. 미국 국방부 관리는 러 침략군의 느릿느릿하고 서서히 증가하는 속도는 그들을 약화시켰다며 종합 전투력의 약 20%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군이 하르키우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면 러 침략군 보급로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보급로가 차단되면 러 침략군 행렬이 키이우 인근에서 장기간 움직이지 못하다가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 유도미사일 재블린의 공격을 받아 수천명이
사망하거나 다친 상황이 동부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미국 관리들이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침략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석고 제조 공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소련식 교리적 군 체계 러, 작전 현장 조정 권한 부사관 부재...나토군 훈련 우크라군, 현장 상황 민첩 적응 능력 입증

소련식 교리적 군 체계를 그대로 답습한 러 침략군의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결합도 있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러 침략군에는 전투 현
장에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부사관 군단이 결핍돼 있다고 지적했다고 NYT는 밝혔다. 현장 부대가 전력의 결함을 지적하거나 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미군에는 주어진 임무와 지침에 따라 스스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임무를 완수하는 책임을 가진 병장을 포함한 부사관·소대장·상병이 존재한다. 우크라이나군도 지난 7년 동안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으로부터 훈련을 받은 후 보다 서구적인 방식을 따르고, 현장 상황에 민첩하게 적응하는 능력이 입증됐다고 미군 관리들이 평가한다고 NYT는 전했다.

◇ 과도한 푸틴의 전투 관여 “재앙의 원인”

전쟁이 생각대로 되지 않자 작전에 깊이 관여하는 푸틴도 악재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국방부 러시아·우크라이나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에블린 파르카스는는 푸틴이 여전히 전투에 너무 관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별세한 존 매케인 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매케인연구소에서 이사인 그는 “푸틴이 더 관여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다”며 “대통령이 목표물과 작전상 군대 결정에 간섭한다면 이는 재앙의 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