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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1번째 세계문화유산 슈리성 화재, 오키나와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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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 기자

승인 : 2019. 10. 3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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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성
31일 일본 오키나와 현 슈리성이 불에타고 있다.이 화재로 정전 등 중요시설이 전소됐다./제공 = 연합뉴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 오키나와현 슈리성의 주요건물이 불타 없어졌다. 500년 전 류쿠왕국(琉球王國)의 왕궁으로 건설됐던 슈리성이 또 한 번 치명적인 화재 피해를 입자 지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31일 일본 공영방송 NHK와 닛케이아시안리뷰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40분경 나하시 슈리성 화재 신고가 소방서에 접수됐다. 오후 1시 반쯤 불길이 잡혔지만 이번 화재로 슈리성 주요 건물인 정전·북전·서전이 전소됐다. 특히 정전은 류쿠왕국 최대 목조 건축물이자 슈리성의 상징이었다.

신고 접수 후 소방차 30대가 출동해 진화에 총력을 쏟았지만 불길을 쉽게 잡지 못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소방대원이 정전 주위에서 불이 치솟는 것을 목격했으며 이후 북전과 남전으로 불이 번졌다.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소방당국과 경찰은 지난 27일부터 슈리성에서 류큐왕국 시대 의식을 재현하는 ‘슈리성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31일 새벽까지 행사 준비 등이 이뤄졌다고 했다.

나하시는 시내 피난처 3곳을 마련했다가 주택까지 화재가 번질 우려는 없다고 판단해 이날 오전 9시 피난처를 폐쇄했다. 피난소에는 한때 최대 30여명이 대피했다. 슈리성 인근에 사는 한 남성(63)은 NHK에 “슈리성은 오키나와 사람에게 심적인 버팀목”이라면서 “불탔다고 믿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이 남성은 “집 위에 불똥이 내려와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다”며 “슈리성이 전쟁 후에 겨우 복구됐는데 또 불이나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나하시 도심에서는 화재소식을 담은 호외가 오전 7시30분경부터 뿌려질 만큼 지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고 전문가들도 류큐왕국의 상징이 사라졌다며 탄식했다. 슈리성 복원 작업에 참여했던 다카라 구라키치 류큐대 명예교수는 “슈리성은 건물뿐 아니라 내부 시설도 당시 그대로 복원했기 때문에 현실을 못 받아들이겠다”고 망연자실했다. 슈리성 복원에 관여한 다른 인물인 다나 마사유키 오키나와 현립박물관·미술관 관장은 “(복원 당시) 자료도 없고 궁 목수도 없는 상황에서 나무 재료를 대만에서 들여오는 등 많은 사람의 수고가 들어갔다”면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로마 미키코 나하시 시장은 “슈리성이 관광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역사적인 상징물을 잃어 낙담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슈리성은 류쿠왕국 시절 정치와 문화 중심지로 왕궁 겸 행정기관 역할을 했다. 1879년 류쿠왕국이 일본에 강제 병합된 후에는 일본군 주둔지 등으로 쓰였다. 1945년 오키나와 전투 당시 미군의 공격으로 전소됐다가 1992년 복원됐다. 슈리성터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12월 일본에서 11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슈리성은 오키나와에 매우 중요한 상징물”이라면서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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