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가족, 대의와 생존이 교차한 자리, 남겨진 물음과 떨림
연극 '준생'을 무대에서 마주한 순간,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질문의 무게다. 첫 장면부터 호흡이 다르다. 어둠이 무대를 깊게 눌러앉히고, 정적의 표면을 "누구야"라는 짧은 음절이 깨운다. 작은 불빛이 켜지자 공간의 밀도가 급히 바뀌고, 은신처의 벽과 인물의 숨결이 동시에 또렷해진다. 의거를 앞둔 새벽, 낯선 남자가 침투했고, 그는 자신을 밀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이어지는 대사는 꾸밈없이 직설적이다. "오늘이 며칠이야? 10월 26일,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