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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실물이전 한 달…초반 승기 잡은 한투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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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기자

승인 : 2024. 12. 12. 19:10

IB·브로커리지 포화… 새 먹거리 부상
한투證 1500억 유입, 미래에셋 1000억
조직확대 등 성과… 경쟁 치열해질 듯

퇴직연금 강자로 증권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선점 경쟁이 실물이전이 본격 시행된 이후 더 치열해지고 있다. 실물이전 한 달 만에 한국투자증권으로 유입된 이전액이 업계 최대인 1500억원이 넘었는데, 이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비교하면 최소 15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3분기 한국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운용 규모가 미래에셋증권의 절반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실물이전만큼은 한국투자증권이 우위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이 성과를 낸 데는 연금조직을 개편하고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밀렸지만 1000억원 이상 이전액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 역시 연금부문 조직을 강화하며 꾸준한 수익을 낸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두 회사 간 경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 특성상 실물이전 고객을 더 늘릴수록 다른 금융상품으로의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날로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어서다. 더군다나 퇴직금 운용·관리로 적지 않은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만큼 퇴직연금계 강자로 불리는 이들의 1위 쟁탈전은 더 뜨거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국내 증권사의 퇴직연금 실물이전 현황을 보면 실물이전을 시작한 지난 한 달간(11월 1~29일) 한국투자증권으로 들어온 실물이전액이 업계 중 가장 많은 1578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타 증권사들이 수십억원에서 100억원 사이로 실물이전이 들어온 것과 비교하면 제도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던 미래에셋증권보다 우위를 선점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같은 기간 1000억원이 넘는 실물이 이전됐다. 


한국투자증권이 성과를 낸 데에는 김성환 대표가 퇴직연금 시장을 일찌감치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내년 조직개편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고는 있지 않지만, 퇴직연금 수익 확대를 위해 최근 연금조직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내부 전언에 따르면 실물이전을 포함한 퇴직연금 부문 고객 유치를 위해 퇴직연금본부를 퇴직연금1본부와 2본부로 확대하고 산하 연금영업부를 5개에서 8개로 확대했다.


고객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라인업도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수는 약 800개에 육박한다. 여기에 ETF를 적립식으로 자동 투자하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고, 투자선정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 투자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것도 전략 차원에서 유용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시장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ETF와 관련해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꾸준히 상품 라인업을 제공하는 등 퇴직연금 고객 유치를 위해 그간 공을 들여왔다"며 "특히 디폴트옵션 수익률이 3분기 연속 업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탁월한 운용 역량을 발휘하면서 퇴직연금 시장에서 영토를 점차 확대해 나갔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영업조직을 확대하며 연금 자산을 늘린 것이 성과로 입증됐다는 분석이다. 한 달 전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 미래는 특히 기존 연금1·2부문을 연금혁신 부문과 연금RM1·2·3 부문으로 조직을 세분화했다. 연금고객의 높은 수익률 역시 고객 유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보유잔고가 10만원 이상인 고객을 분석한 결과 87%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그중 연환산 6% 이상의 수익을 올린 고객은 43%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연금 전용 투자상담센터를 설립하며 고객들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현재 다양한 수익 구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두 회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시장이 2030년까지 440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등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는 데다, 기존 수입원이던 IB(기업금융), 브로커리지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운용·관리로 적지 않은 수익이 창출되고 있는 점도 이들이 퇴직연금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전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높은 수익과 거래 편의성 때문에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증권사 간 경쟁에서 우위에 들기 위해서는 ETF 거래에 대한 편의성을 높이는 등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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