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원·달러 환율 1433원…9월말 대비 100원 넘게 급등
"높은 은행권 LCR, 금융시장 불안 키울 수 있어" 지적도
|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외화 LCR은 180% 수준으로 지난달 말보다 최대 1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전체 평균치와 비교해도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환율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이후 계속 상승세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기준, 원·달러 환율은 1433.40원으로, 3일(1402원) 대비 31원가량 상승했다. 9월말(1319.60원)과 비교하면 100원 넘게 급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외화부채와 위험가중자산도 증가하는 추세다. 3분기 기준 원화로 환산한 우리은행의 순외화부채는 5조5872억원으로, 환율 상승분을 단순 적용하면 4818억원이 증가한 6조6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 또한 1조1418억원에서 982억원이 증가한 1조24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순외화자산을 보유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세로 외화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이에 따른 외화 유동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달 3일부터 4일까지 NH농협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 5곳에서 달러예금 잔액이 6억655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다만 5일부터 6일까지 빠져나간 달러의 약 92%가 다시 예치됐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화자금 이탈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환율 상승세로 인한 외화이탈 및 예금 이탈 등을 우려해 외화 LCR을 규제보다 2배 이상 높게 확대해 유지하고 있다. 외화 LCR은 외화 유동성 충격에 대응할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안정성을 의미한다.
최근 금융당국에서도 외화 LCR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권은 규제에 따라 3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부채의 80%에 해당하는 유동성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규제 비율보다 더 많은 외화자산을 확보하고 있어, 외환자금시장의 활용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외화 LCR 확대가 오히려 외환 시장 안정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은행권의 높은 외화 자산 보유로 인해 공급이 정체되고,이로 인해 원화가 평가절하되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비율이 낮아 위기를 키운 사례가 있다. 안정성이 흔들리면 충분히 위기로 번질 수 있다"며 외화 유동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이번 사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주요 요인으로, 환율이 1500원을 넘지 않는 한 심각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금융권의 높은 외화 자산 보유가 공급 정체를 초래해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