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1년새 4계단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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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 1위는 12.9%를 기록한 삼성전자였다. 올해 실적 역풍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 엔비디아에 빼앗겼던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부가 AI 수혜를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1993년 반도체 매출이 인텔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순위 역시 업계 7위에 불과했다.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사업으로 키워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도시바, 모토로라 등을 차례로 제쳤다. 2017년에는 처음으로 인텔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하며 1위에 올랐었다.
반면 인텔의 점유율은 추락을 거듭했다. 3분기 인텔의 점유율은 5%로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7.9%p(포인트)로 벌어졌다. 인텔의 시장 점유율은 2023년 3분기 10%(2위), 2024년 1분기 9%(3위), 2024년 3분기 5%(4위)로 계속 하락세다. 인텔은 1993년부터 24년 연속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를 지켜온 원조 반도체 강자지만,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이니셔티브로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번 점유율 순위에서 가장 큰 반등을 보인 기업은 SK하이닉스다.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8.5%로 전체 순위 2위로 올라섰다. 2023년 3분기 6위(5%)에 불과했던 순위가 1년 만에 4계단 상승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이 HBM(고대역폭메모리) 호조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94% 급증한 결과다.
미국 GPU(그래픽처리장치) 전문 기업 엔비디아도 상위권을 형성했다. 챗GPT발 AI 반도체 열풍이 들어닥치기 전인 2022년 3분기 7위(4%)에 그쳤던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은 2023년 3분기 1년 만에 1위(11%)로 도약했다. 올해 3분기에는 4.4%의 점유율로 7위에 그쳤다. 중국 수출통제 여파로 추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학과 교수는 "과거 인텔이 20년 넘게 시장 선두를 지킬 수 있던 이유는 진입장벽이 높은 반도체산업의 특성 때문"이라며 "인텔의 추락에서 볼 수 있듯, 두터운 장벽이 한 번 깨지기 시작하면 선발기업들이 가차 없이 무너질 수 있는 게 현재의 반도체 패권전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