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42% "비혼 출산 가능"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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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보다 1만9200명(7.7%) 감소하며,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혼인 외 출생아는 전체 출생아의 1만900명(4.7%)으로,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혼외 출생자는 2021년 7700명, 2022년 9800명에 이어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는 가족의 개념을 바꾸는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우성의 비혼 출산 사례에 앞서 방송인 사유리는 2020년 정자 기증을 통해 비혼 출산을 선택하며, 한국에서 비혼 출산 가능성을 대중적으로 알린 바 있다.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20~29세 청년층의 42.8%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12.5% 증가한 수치로,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5.7%에서 14.2%로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34.9%에서 22.2%로 크게 줄었다. 결혼을 필수로 여기는 인식 역시 감소해, 20대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39.7%로 2014년 대비 11.5% 줄었다.
정우성의 비혼 출산으로 인해 온라인상에서는 비혼 출산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결혼 없이도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의견과 "결혼과 양육의 책임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라면 출산 역시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우성 같은 사례가 더 많아진다면 비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바뀌지 않겠냐"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반대로 30대 직장인 맘 박모씨(여)는 "부모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위해서는 전통적 가족 구조가 중요하다"며 "비혼 출산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 안정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신중함을 요구했다.
비혼 출산 증가에 따라 법적·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윤미 여성변호사회 교육이사는 "현행 제도가 전통적 가족 형태를 기반으로 설계돼 비혼 부모와 자녀들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포괄적이고 유연한 정책 설계를 통해 모든 가족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자리 잡아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 중심의 전통적 가족 구조가 약화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결혼 없이 자녀를 갖는 비혼 출산이 점차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미 이사도 "비혼 출산과 혼외 출생 증가는 전통적 가족 개념에서 벗어난 변화의 흐름"이라며 "한국도 프랑스나 대만처럼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