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민주당이 트럼프에게 고전하는 까닭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03010000674

글자크기

닫기

최효극 기자

승인 : 2024. 11. 03. 11:22

"미국 올바른 방향 가고 있다 28%"그쳐
공화당 지지율 민주당 앞서…해리스 고전
팬데믹 이후 주요국 선거 집권당 모두 패패
자유주의 가치 퇴조…세계 보수화 바람
Election 2024 Trump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스보로에 있는 퍼스트 호라이즌 콜리세움에서 유세 집회에 참석해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된 인플레이션과 유권자들의 좌절감이 자유주의 가치 퇴조로 이어지면서 미국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의사당 폭동 선동혐의 등 4건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는 등 불리한 입장이었는데도 정작 대선 후보에서 낙마한 사람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민주당이 2022년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선전할 때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끝난 줄 알았지만 온갖 악재를 뚫고 그는 살아남았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막판까지 고전하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정치 환경이 민주당에게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NYT와 시에나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0%에 불과하고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28%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정당도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단위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도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공화당이 민주당을 앞서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부통령은 맞바람을 맞으면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치러진 영국,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일본 등 주요국가 선거에서 집권당이 모두 패배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한 요구는 거세다. 팬데믹 이후 고물가, 파산 등이 뒤따르면서 유권자들의 분노는 집권당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또 정부 관료, 자유주의 엘리트,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젊은 세대와 저임금 유권자들은 물가가 오르면서 저축, 구매력과 집 구매에 대한 희망이 쪼그라드는 걸 지켜보며 좌절했다.

미국에서도 팬데믹 이후 시민들이 겪은 좌절감이 민주당에 타격을 가했다. 민주당은 마스크와 백신 의무화, 학교 폐쇄, 록다운(봉쇄 조치) 등 강경한 바이러스 대응을 주도했다. 또 흑인인권 운동을 지지하고, 더 온건한 국경 정책을 펼치며 수조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면서 이 모든 조치가 빠르게 부채로 돌아왔다.

민주당은 지금 최근 어느 때보다도 수세적이다. 이민·에너지·범죄 정책에서 우클릭했고, 사회 안전망 확대라는 전통적인 진보 가치보다 물가를 낮추는 게 더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 미국 정치에서 오래 유지돼 왔던 자유주의 가치는 퇴색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NYT는 진단했다.

2008년 이후 16년간 민주당과 자유주의가 미국 정치를 지배하면서 '오바마 케어' '월가 점거 운동' '미투' 등 좌파운동이 이어졌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이런 자유주의 에너지를 오히려 가속화시켰다. 충격과 분노에 빠진 시민들은 그를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보았다. 코로나19 팬데믹도 방역 조치를 강조하는 새로운 좌파 운동을 촉발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이런 자유주의 에너지는 갑자기 약화됐다. 팬데믹 이후 고물가와 고금리는 정부가 지나치게 돈을 풀어 수요를 자극한 결과라고 비난받았다. 고유가는 시추 허가 중단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민자 급증은 국경 정책의 완화에 따른 결과로 여겨졌다.

보수적 환경으로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에서 어느 정당(또는 후보)이 가장 잘할 것인가?'라는 여론조사에서 공화당과 트럼프가 줄곧 우세하게 나타난 점이다.

또 올해 퓨 리서치, 갤럽, NBC/WSJ, NYT/시에나 등 여론조사에서 모두 공화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만약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이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으로 설명될 수 있다. 거꾸로 트럼프가 패배한다면 1월6일 의사당 폭동과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지결정이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NYT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돼 반트럼프 열정을 다시 불태울 때 진보주의가 되레 활력을 찾게 될 수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역사가들이 돌아볼 때 이미 자유주의의 우위는 끝났다고 결론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효극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