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주은식 칼럼] 북한의 대남 적대태도 강화와 우리의 대응 방향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118010011746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1. 18. 17:58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북한 김정은이 자극적 언사를 사용하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막말을 했다. 그러면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기 위해 북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남북관련 외곽기구를 정리하거나 소속을 변경시켰다. 적대시 정책으로 북한의 대남정책을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대화보다는 힘과 무력사용을 통해 남북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러면서 전쟁 관련하여 유보조항을 덧붙였다. 북한이 먼저 전쟁을 야기하지는 않고 미국과 한국이 도발하면 쓸어버리겠다고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우려하지만 전쟁은 쉽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전쟁으로 한반도에서 잃어버릴 게 가장 많은 자가 김정은이다. 핵으로 도발하는 순간 자신의 존재와 그가 하고자 했던 목적 자체가 일순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 전쟁에서의 3위일체를 고려해야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을 지배하는 3위 일체론을 들고 있다. 첫째는 인간의 맹목적인 본성(blind instinct)의 영역이다. 이는 주로 증오감과 적대감에서 원초적 폭력성을 분출하는 국민과 관련이 있다. 둘째는 우연성, 개연성의 영역에 있는 최고사령관과 군대이다. 셋째가 순수이성(pure reason), 분별지(prudence)의 영역에 있으면서 정치적 도구로서의 전쟁을 통제하는 대통령과 정부다.

이 세 가지는 상호 분리될 수 없는 일체적 보완관계에 있는데 첫째 요소는 국민의 감성과 열정이 악화될 경우 작은 동기조차도 큰 전쟁으로 확전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요소는 군(軍) 지휘관과 부대가 지성과 능력, 용기로써 불확실성과 마찰을 극복하지 못하면 전쟁 자체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세 번째 요소는 지도자와 정부가 본능이나 이념과 정치적 욕구에 사로잡히면 폭력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없다.
이는 지휘관과 부대는 지성과 능력, 용기, 훈련을 통해 이기도록 태세를 갖추어야 하고 지도자와 정부는 순수이성에 의한 전쟁지도를 통해 전쟁이 극단화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가운데 승리하여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과 관련하여 강조되는 것은 과학에 바탕을 둔 순수이성으로 상황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부분이다.

북이 도발할 때 몇 배로 보복하겠다는 감성적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못마땅하고 발언이 마음에 안 들어도 유연하고 절제된 발언을 해야 한다. 군(軍) 통수부는 명령보다는 훈령으로 군의 무력을 지휘·관리한다. 북한에게 강한 어조로 발언하는 것은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뜻으로 발언했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즉각대응이나 몇 배로 보복하겠는 표현은 사단장 이하 교전수준에서 해야 할 발언이다.

◇ 김정은의 강성발언은 북한 내부의 어려움을 표출
한미일 삼각구도가 강화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그대로 굳혀지니 김정은으로서는 진퇴양난일 것이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어려워 주민을 통제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반증이다. 그동안 북한은 중국의 지원으로 연명하다가 러시아와 가까워지니 시진핑 입장에서는 북한에 영향력과 존재가치를 입증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중국의 대북지원이 과거처럼 원활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말로는 강하게 발언하면서 막상 행동할 단계에서 확전을 우려하여 멈칫거렸다. 북한이 러시아에 1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지원하였고 경제력이 대한민국 대비 50분의 1밖에 안 되는 역량으로 전쟁도발을 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다. 인도태평양 정세를 고려할 때 북한이 전쟁을 할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미국의 태평양 함대에 항모 칼빈슨호와 레이건호 2개 전단이 이미 전개되어 있고 루스벨트호가 추가로 전개되면 함부로 도발하지 못한다.

이렇게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갈수록 안보관련 담당자들은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도층과 관련 부서는 김정은이 과격한 발언을 하면 할수록 부드러운 어조로 긴장을 완화하고 누그러뜨리는 발언을 해야 한다. "도발 시 모든 책임은 귀측에 있다" 또는 "우리 국민은 인내했지만 무한정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우리는 언제라도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기다린다" 등으로 부드럽게 말하고 유사시 행동을 강력하게 하면 된다. 말로 상황을 악화시켜 억제에 실패하면 안 된다.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보다 오늘날 군은 공군의 무장도 공대공미사일에서 공대지미사일 장착 등 여러 가지 대응 방안과 조치를 보강하였으며 해군도 무기체계를 보완하는 등 대응체계를 강화하였다. 그러나 유사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은 군 지도부의 역량과 결심 능력이다. 각 직책에서 자기 할 바를 돌아보고 즉각적인 대응과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말이다. 북이 도발할 때 말할 필요 없이 결정적 응징을 통해 감히 도발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우리 해군 용사들의 대응과 대승으로 겁을 먹고 있다. 앞으로 추가 도발을 한다면 그때처럼 뼈아픈 교훈을 주어야 한다. 겁먹은 개는 짖기는 하지만 결코 물지는 못한다.

◇ 안보책임자들은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그러나 북이 과거와 달리 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성적 판단에 의한 도발보다는 우발적 도발에 유의해야 한다. 우발적 도발은 증오감과 적대적인 작은 말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말 폭탄이 실제 폭탄을 주고받는 상황으로 격화되어서는 안 된다. 상황을 관리하여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도 안보담당자들의 과업이다. 안보담당자들은 삼위일체 요소들을 이성적으로 조화시키고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제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대외적 여건이 그렇다 해도 김정은이 한국선거판에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혼란을 조성하기 위하여 국지 및 NLL 무력화 책동 도발 가능성은 상존한다. 하지만 군 통수부는 언행을 가려서 할 필요성을 유념하기 바란다. 베제티우스의 금언을 다시 소환한다.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에 대비하라."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