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단독] “장교가 전역도 못하는 군대, 이게 21세기 대한민국 군대인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150224010012999

글자크기

닫기

김종원 기자

승인 : 2015. 02. 24. 13:45

육사66기 만5년차 32명 지난해 말 창군 이래 한 기수 최다 전역 신청, 오는 27일 전역 앞두고 일부 장교들 처음으로 '전역 불가 통보', 이미 신청자 명단도 공개 '사실상 사형선고' 인권침해 심각
“직업 군인 장교로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장교들의 개인적 인권이 이처럼 무참히 짓밟히는데 일선 병사들은 오죽하겠는가? 우리 군이 지난해 윤일병·임장병 사건을 겪었지만 아직도 헌법이 보장한 기본 인권과 권리 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한 관계자는 24일 사관학교 졸업 후 의무 복무 최소 연한 5년을 채우고 개인적 사유 때문에 전역을 신청한 육사 66기 일부 인원들에 대한 군 당국의 첫 강제 전역 취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로 임관 만 5년 차를 맞은 육사 66기 장교 중 15% 가량인 32명이 군에서의 심각한 개인적 부적응, 가치관 충돌, 적성에 맞지 않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전역을 신청했지만 군 당국은 ‘미래 병과 운용에 심각한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말만 하면서 지금까지 일부 인원들에 대해서는 전역 불가 통지를 했다.

무엇보다 지난달 6일 모든 군 구성원과 국방부 직원들까지도 다 볼 수 있는 국방망 인트라넷 홈페이지에 육사 66기 전역 신청자 32명의 명단이 게시돼 조회수가 2만 건이 넘는 직업 군인 장교로서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른 없는 개인 인권이 심각히 침해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역 신청자들은 그날 50통이 넘는 전화를 받으며 ‘작별 아닌 작별 인사’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전역 심의 전에 3명이 자진철회를 해 현재 29명을 대상으로 심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진 철회 인원까지 포함하면 창군 이래 육사 한 기수 중에서 가장 많은 장교가 전역 신청을 한 것이다.

국회 국방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역을 신청한 32명은 말할 것도 없이 다른 군인들까지도 명단 공개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군에서 전역을 신청할 장교들은 공공연하게 아예 인사상의 불이익과 희생까지도 감수하면서 군 생활을 하는데 전역 불가 조치가 되면 다음에 갈 보직이 없는 것은 물론 새 보직을 만들거나 빈자리 아무 데나 끼여 가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번 전역 신청자들은 오는 27일 전역 예정일을 불과 이틀 밖에 남겨 놓지 않은 시점까지도 전역 여부를 알 수 없는 그야말로 군 당국의 상식 이하의 인권 무시 행태 속에서 혹시 불이익을 당할까봐 어느 누구도 외부에 하소연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25일 전역 대상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까지는 만 5년차 육사 전역 신청자 모두가 전역 조치가 됐지만 이번에는 대다수 병과 보직장교들이 육사 66기 전역 신청자들이 전역을 해도 병과 인력 운용에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수차례 전역 심의 전에 피력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전에 일부 병과는 전역 불가라는 결과가 나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군 소식통은 “군 당국이 우수 인원은 전역을 시켜 주고 우수하지 못한 인원은 군에 남기겠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까지 들린다”면서 “우수한 자원은 군에 남기고 어떤 이유로든 그렇지 못한 인원들은 빨리 내 보내야 하는데 지금 군 당국이 전역 조치를 마치 특혜나 배려, 포상의 개념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군 출신 예비역 전문가는 “앞길이 촉망받는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나온 젊은 엘리트 장교들이 왜 5년만 복무하고 전체 임관자의 10%가 훨씬 넘는 60명 가량이 정든 군문을 떠나야 하는지 그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선결 과제”이라면서 “우리 군이 복지와 선진 병영문화를 입으로는 얘기하지만 전도유망한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까지 무더기로 군을 떠나는 것은 병사들의 인권은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초급 간부와 장교 수급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진데 툭하면 위탁장교로 선발돼 짐까지 싼 장교들을 전방 배치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장교들의 전역까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계의 한 군 전문가는 “아무리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이라고 하지만 헌법에도 엄연히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전역을 통제하는 것은 헌법과 인권을 무시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이라면서 “군 당국이 뒤바뀐 인생을 살아야 하는 젊은 군인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며 대응책은 뭐고, 조직을 떠나려 했던 배신자란 낙인과 멍애를 지고 살아 갈 군 장교들에 대한 기본적인 대책이 있는지 참으로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김종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