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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동반자살 ‘예고된 사고였다’(종합1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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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4. 08. 12. 16:25

'윤일병 소속 사단' 같은 중대 상병 2명 휴가 중 동반자살, 자살 예고했지만 막지 못해…'선임병 죽이고싶다' 가혹행위 조사
장병들과 대화하는 병영문화혁신 위원
육군 28사단 윤 모 일병 사망 사건과 함께 28사단 소속 관심사병 2명이 휴가를 나와 동반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2일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들이 경기도 연천군 28사단을 찾아 장병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예고된 사고였다.’

집단 구타·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 모 일병이 소속된 육군 28사단 관심병사 2명이 이미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을 하겠다고 예고까지 했지만 우리 군이 제대로 막지 못하고 11일 동반자살하는 악성사고까지 일어났다. 병사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 일병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고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물러나고 김요환 새 총장이 들어서는 이·취임식이 열린 바로 직후 병사 2명이 동반자살을 했다.

게다가 12일 오후에는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육군 3군사령부 직할부대 사격장에서 실탄을 지급받은 관심병사 윤 모 일병(21)이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숨졌다. 군 헌병대는 윤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동반 자살한 28사단 두 병사와 함께 이번 자살과 관련돼 가혹행위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선임병도 관심병사였다. 자살 한 두 병사는 군 당국 인성검사에서 자살이 예측됐고 한 병사는 부대에서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윤 일병 사건과 22사단 총기 난사 사고처럼 또다시 군의 부실한 병사·부대 관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2일 군부대와 경찰, 소방 당국에 따르면 11일 오후 10시 24분께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21층 베란다에서 휴가를 나온 A 상병(23)이 같은 중대의 B 상병(21)과 함께 천장에 매달린 빨래건조대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두 병사는 지난 3일과 6일 휴가를 나왔다. 서울이 집인 A 상병은 B급, 광주광역시가 집인 B 상병은 A급 관심병사로 입대 후 적응하지 못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살한 병사 메모에서 나온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임병도 A급 관심병사로 전해졌다.

자살한 병사 중 1명은 선임병에 대해 ‘죽이고 싶다’는 메모를, 다른 병사는 ‘힘들다’는 메모를 남겨 병영 생활에서 가혹행위를 당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 상병은 지난 5월 2일 인성검사 때 자살예측 판정과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나왔으며, B 상병은 지난해 인성검사 때 자살 충동과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나왔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B 상병은 지난해 10월 부대에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11월에는 부대를 탈영했다가 8시간 만에 체포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B상병을 부대에서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대상으로 하려 했지만 부모 만류로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B 상병은 후임병에게 “8월 휴가 중 A 상병과 동반 자살하려고 한다”고 지난 6월 말해 후임병이 분대장에게 보고했지만 이런 사실이 간부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 가능성이 큰 병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숨진 장소에서 발견된 B 상병의 다이어리에는 “견디기 힘들다. 아무 것도 못하겠다”는 하소연과 함께 같은 중대에 근무하는 선임병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욕설과 함께 “야 XX 000(선임병 이름), 진짜 XXX 죽이고 싶다”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B 상병의 휴대전화 메모장에도 “긴 말씀 안 드립니다.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광주에 살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등 물품은 집으로 전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우리 군이 더 이상 병사 관리·감독 능력이 없는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든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 속에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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