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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금전신탁 ‘ETF 열풍’에 밀렸나…퇴직연금 빼면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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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섭 기자

승인 : 2025. 03. 30. 18:00

4대은행, 금전신탁 잔액 3.7%↑…이익은 7.6%↓
퇴직연금 신탁 11.3% 증가, '버팀목' 역할
ELT 영업점 재개 여부, 금전신탁 수익 회복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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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본사 전경. /각 사
지난해 국내 4대은행의 금전신탁 잔액은 소폭 늘었지만, 퇴직연금을 제외한 주요 신탁 상품군의 잔액이 줄면서 전체 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은행권 ELS(주가연계증권) 판매 중단이 고수익 신탁으로 분류되는 특정금전신탁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ELS 판매가 본격적으로 재개된다고 해도, ETF(상장지수펀드) 등 대체상품으로 투자자 수요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ELS 영업점 판매 재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은행의 지난해 금전신탁 잔액은 총 271조496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3.72%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금전신탁 이익은 7199억원에서 6654억원으로 7.56% 감소했다. 금전신탁은 은행이 고객의 자금을 대신 운용하고, 수익률에 따라 보수를 받는 성과연동형 상품이다.

퇴직연금이 금전신탁 잔액 증가에 힘이 됐다. 지난해 퇴직연금 잔액은 162조2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늘었다. 이익도 10.8% 증가한 4조2296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금전신탁 이익 감소한 이유는 고수익 신탁인 특정금전신탁의 위축 탓이다. 특정금전신탁은 ELT((주가연계신탁) 등 고수익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항목이다. ELT는 ELS를 신탁 형태로 운용한다. ELS와 마찬가지로 조건 충족 시 고수익을 제공하지만, 미충족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은행별로 지난해 특정금전신탁이 전체 금전신탁에서 차지한 비중은 국민은행이 21.9%였고, 신한은행 34.3%, 우리은행 36.5%, 하나은행이 43.5%였다. 전년 대비 국민은행은 9.9%포인트, 신한은행 3.1%포인트, 하나은행이 3.2%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5.3%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우리은행이 홀로 ELT를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우리은행 금전신탁 이익은 전년 대비 11.5% 늘어났다.

은행권 내 고수익 신탁 상품이 줄어들면서, 그 빈자리를 ETF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173조 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특히 IRP·연금계좌를 통한 ETF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ELT 신규 중단 이후, 고위험·고수익형 상품을 찾는 투자자 수요가 ELF나 ETF로 옮겨간 흐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ELT의 영업점 판매 재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TF나 ELF의 경우 ELT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고수익 기반 상품에 대한 수요는 다시 ELT로 옮겨갈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들도 이미 홍콩 H지수 손실 사태를 겪은 만큼, 강화된 내부통제와 판매 기준 하에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대안으로 ELT가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영업점에서 판매를 재개할 경우, 무리한 권유가 아닌 충분한 설명과 적합성 확인을 전제로 한다면 재도입 가능성은 열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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